<파동의 수피>는 물의 유동성과 생태적 감각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공, 신체와 환경 사이의 얽힘을 조형적으로 탐구하는 전시이다. 수피는 나무껍질이나 가죽처럼 생명을 감싸는 가장 바깥의 층으로, 이번 전시는 퇴적된 층의 가장 바깥 층을 내보인다. 산호초가 해양 생태계 안에서 뼈대이자 집과 같은 역할을 하며 자연/인공적으로 구축되고 확장되어 가는 과정과 같이, 다양한 재료들이 시간과 함께 퇴적되고 얽히며 재탄생한다.
평면 회화는 시간차를 두고 쌓인 여러 레이어를 통해 물성의 흐름을 시각화하고, 산호와 뿌리, 물결의 형상에서 모티프를 얻은 조각들은 연결과 순환, 퇴적의 감각을 드러낸다. 허연화는 물이라는 유동적인 매개를 통해 고정되지 않고 변화하는 감각들을 쫓아 자연과 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을 드러내 왔다. <파동의 수피>는 생태적 구축과 감각의 층위를 따라가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얽히는 세계를 사유하는 조형적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