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융복합 아트를 포함한 설치, 디지털·미디어 아트, 회화, 드로잉, 조각 등 장르의 구분을 넘나드는 21세기 동시대 예술과 역사에 대한 폭넓은 뷰를 제공합니다.
《땅 위에 레이어 쌓기》는 부천 미술계의 뼈대를 이룬 1세대 미술가부터 동시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도시에 축적된 예술의 흔적을 탐색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도시의 예술적 지층을 쌓아나가는 아트벙커B39의 기획전시입니다.
지층: 부천 현대미술의 축적
부천은 하나의 몸체이다. 이 몸체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작용과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며, 그 과정 속에서 ‘지층’이 쌓인다. 지층은 고정된 과거의 흔적이자 현재의 축적이며,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품고 있다. 이번 전시는 들뢰즈·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에서 언급된 ‘지층(strata)’ 개념을 바탕으로, 부천 현대미술의 축적과 변화를 탐구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부천의 미술계는 지난 수십 년간 예술가들의 손길과 시선으로 다져져 왔다. 이번 전시는 지역 작가 100인의 작품을 통해 부천의 현대사를 조명하고, 미술이 도시와 함께 성장해온 과정을 살펴본다. 부천을 무대로 활동했던 1세대 작가들의 흔적을 돌아보고, 그들의 예술이 오늘날까지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탐구하는 동시에 앞으로 우리가 쌓아나가야 할 예술의 새로운 층위를 고민한다.
전시는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아우르며, 한국화·서예·서양화·조각·공예 등 여러 형식의 작품을 통해 부천 미술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부천 미술계를 개척한 1세대 작가 이상덕(1941-2011)과 고기범(1957-2021)의 회고전이 함께 열린다. 이상덕 화백은 한국 근대미술 태동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부천 미술계를 이끌었고, 고기범 화백은 사회적 변화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작품에 녹여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반영했다. 이들의 작품과 활동은 부천 미술사의 중요한 지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들의 흔적 위에서 오늘날의 예술이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전시를 넘어 지역 예술과 예술가들의 관계를 깊이 탐색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부천아트벙커B39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지역 예술인과 시민이 교류하며 예술적 가치를 공유하는 열린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전시 개막과 함께 진행되는 ‘아트벙커B39와 지역 예술가의 연계’를 주제로 한 포럼은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는 중요한 장이 될 것이다.
우리는 각기 다른 시간과 경험을 지닌 예술의 층위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새로운 예술적 흐름과 표현 방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부천의 예술이 어떻게 축적되어 왔는지 되돌아보고, 미래의 미술 지층을 함께 그려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레이어#1 덧칠하기 공간 전경